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앞두고 주택저당증권의 위험을 포착해 ‘빅숏’으로 유명해진 마이클 버리가 다시 신용시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그가 주목하는 곳은 주택이 아닙니다.
AI 데이터센터에 쏟아지는 막대한 자금과 이를 떠받치는 사모신용시장, 보험사, 구조화 채권입니다.
버리는 2026년 7월 24일 자신의 ‘Cassandra Unchained’를 통해 사모펀드와 보험사, 사모신용의 연결고리를 다룬 연구를 적극적으로 소개했습니다. 이어 7월 27일에는 데이터센터 금융이 막힐 가능성을 거론하며 보험사 관련 숏이나 CDS,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한 숏 포지션을 살펴보고 있다는 취지의 글까지 남겼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AI 데이터센터 시장은 정말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닮은 부분은 분명하지만, 현재까지 두 시장을 똑같다고 볼 근거는 부족합니다.
오히려 지금 투자자가 살펴봐야 할 것은 AI 기술 자체보다 그 뒤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부채의 구조입니다.
마이클 버리가 다시 ‘부채’를 보기 시작했다
이번 경고의 출발점은 AI 주식의 높은 주가만이 아닙니다.
버리가 최근 주목한 것은 AI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이 어디에서 나오고, 그 위험을 결국 누가 보유하게 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가 7월 말 소개한 연구는 텍사스대 Andrew Granato 교수와 Yale의 Pranjal Drall이 작성한 ‘Private Credit’s State Backstop: How Private Equity Socializes Risk Through Insurers’입니다.
해당 연구 논문은 사모펀드가 생명보험사를 인수한 뒤 사모신용 자산을 보험사 대차대조표에 편입시키는 구조와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평가·투명성 문제를 분석합니다. 연구진은 미국 생명보험사들이 보유한 사모신용 규모를 약 8,490억 달러로 추산합니다. 다만 이 금액 전체가 데이터센터 관련 부채라는 뜻은 아닙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버리의 관심과 AI 데이터센터가 연결됩니다.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천문학적인 초기 자금이 필요하고, 빅테크 기업들도 모든 시설을 자기자본만으로 건설하지 않습니다.
은행 대출부터 회사채, 사모신용, 프로젝트 파이낸싱, 특수목적회사(SPV), 자산유동화증권(ABS)까지 여러 형태의 자금조달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규모 자체도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26년 7월 초까지 AI와 관련된 채권 발행 규모는 약 2,7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는 순수 데이터센터 ABS만을 의미하는 수치는 아니지만 AI 인프라 투자가 주식시장을 넘어 신용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데이터센터 ABS는 실제로 얼마나 커졌을까
여기서는 ‘AI 부채’와 ‘데이터센터 ABS’를 구분해야 합니다.
모든 데이터센터 채권이 ABS인 것은 아닙니다.
데이터센터 ABS는 데이터센터 부동산과 임차인이 지급하는 임대료, 전력용량 사용료 등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기초로 채권을 발행하는 구조입니다.
2026년 3월 말 기준 S&P가 평가하는 미국 데이터센터 ABS 발행사는 15곳, 잔액은 230억 달러 이상입니다.
특히 S&P가 평가한 신규 발행 규모는 2024년 39억 달러에서 2025년 92억5,000만 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AI 투자 열풍이 데이터센터 ABS 시장을 실제로 빠르게 키우고 있다는 것은 숫자로도 확인되는 셈입니다.
최근 거래 규모도 상당합니다.
7월 28일 Reuters가 보도한 Meta와 BlackRock의 텍사스 엘패소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전체 사업 규모가 약 140억 달러이며, BlackRock 측 지분 투자 구조 가운데 약 125억 달러가 부채로 조달되는 구조입니다.
이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가 이어지면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데이터센터 익스포저가 빠르게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 5월에는 은행들이 데이터센터 대출 위험을 다른 투자자에게 넘기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미국 증시와 AI 투자 사이클의 전체 흐름은 2026 마켓 주요 이슈를 정리한 마켓 허브와 함께 보면 조금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왜 2008년 서브프라임과 비교될까
2008년 금융위기의 핵심에도 ‘대출’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신용도가 낮은 차입자에게 제공된 주택담보대출이 MBS와 CDO 같은 구조화 상품으로 묶였고, 이 상품들이 은행과 보험사, 기관투자자에게 광범위하게 판매됐습니다.
문제는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한다는 전제가 무너지자 기초자산의 부실이 금융상품 전체로 빠르게 번졌다는 것입니다.
현재 데이터센터 금융시장에서도 몇 가지 비슷한 장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막대한 부채를 새로운 금융상품과 구조를 통해 여러 투자자에게 분산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대규모 투자 결정이 현재 수익보다는 앞으로 AI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세 번째는 은행뿐 아니라 사모신용, 보험사, 연기금 등 비은행 금융권까지 자금조달 구조에 연결돼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사모신용은 공개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사채보다 가격과 위험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미국 보험감독기구인 NAIC도 2026년 4월 자료에서 보험사들의 사모신용 및 복잡한 신용자산 투자가 증가하면서 유동성, 투명성, 가치평가와 위험관리 문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버리는 단순히 “AI 주식이 비싸다”는 문제를 넘어 AI 투자 붐을 지탱하는 신용시장의 연결고리를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08년의 재현’이라고 단정하면 안 되는 이유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데이터센터 ABS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몇 가지 구조적인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곧바로 제2의 금융위기가 발생한다고 결론 내려서는 안 됩니다.
둘 사이에는 큰 차이도 있습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시장에서는 기초자산 자체가 낮은 신용도의 주택대출이었습니다.
반면 현재 상당수 데이터센터에는 Microsoft, Amazon, Google, Meta와 같은 대형 기업이나 투자등급 기업들이 장기 임차인으로 들어갑니다.
S&P 역시 데이터센터 ABS를 대상으로 주요 임차인의 신용등급 하락이나 임대차 종료 후 공실 증가를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현재 평가 중인 거래들의 신용등급은 이러한 시나리오에서도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시장 규모 역시 다릅니다.
S&P가 평가하는 미국 데이터센터 ABS 잔액은 현재 230억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따라서 데이터센터 ABS만 놓고 2008년 미국 주택금융시장 전체와 같은 규모의 시스템 위험이 이미 형성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IMF의 시각도 비슷합니다.
IMF의 2026년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 관련 설명에 따르면 전 세계 직접대출 중심 사모신용시장은 약 2조 달러 규모로 성장했지만, IMF는 현재까지 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위험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보험사와 연기금의 사모신용 노출도 전체적으로는 아직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입니다.
즉 지금 상황은 위험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단계이지 금융위기가 이미 시작된 단계는 아닙니다.
진짜 위험은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수요가 예상보다 작아질 때’ 시작된다
데이터센터 자체가 위험한 자산이라는 의미도 아닙니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데이터센터 수요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S&P 역시 데이터 증가와 클라우드 이전, AI 확산을 이유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당분간 강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투자 속도와 실제 수익 창출 속도가 얼마나 맞느냐입니다.
AI 경쟁이 심해지면서 기업들은 경쟁사보다 늦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먼저 투입하고 있습니다.
Reuters Breakingviews는 Microsoft, Meta, Oracle, Alphabet 등 주요 기업들의 AI·클라우드 인프라 투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2026년 관련 지출 규모가 약 8,7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만약 AI 서비스의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이 예상만큼 빠르게 증가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임대 수요가 둔화되고 임차인의 신용도가 떨어지면 프로젝트의 예상 현금흐름도 낮아집니다.
여기에 금리가 높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차환 비용까지 증가합니다.
결국 위험의 시작점은
AI 수요 둔화 → 데이터센터 가동률·임대수요 약화 → 현금흐름 감소 → 차환 부담 증가 → 채권가격 하락
이라는 연결고리가 현실화되는지 여부입니다.
버리가 최근 데이터센터 금융의 지속 가능성과 금리를 함께 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GPU와 데이터센터에는 주택과 다른 위험도 있다
2008년 주택과 현재 데이터센터가 다른 또 하나의 이유는 기술 변화입니다.
주택은 10년이 지나도 기본적인 기능 자체가 크게 바뀌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AI 인프라는 다릅니다.
GPU와 서버, 냉각설비 등 핵심 장비의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고 새로운 칩이 등장할수록 기존 장비의 경제적 가치가 빠르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S&P도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와 함께 장비 자체를 유동화하는 새로운 금융방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기존 장비 ABS와 데이터센터 장비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건물 가치만 볼 것이 아니라 임차인의 신용도, 계약기간, 장비의 경제적 수명, 차환 구조, 최종 AI 수요까지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모신용과 보험사의 연결도 주목해야 한다
마이클 버리가 이번에 특히 강하게 강조한 부분은 보험사입니다.
Granato와 Drall의 연구는 사모펀드 계열 보험사가 사모신용 자산을 확대하면서 공개시장보다 가치평가가 어려운 자산이 보험사 내부로 이동할 가능성을 문제로 제기합니다.
이 부분은 규제당국도 이미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NAIC는 사모펀드 계열 보험사의 구조와 사모신용 투자에 대한 정보 공개를 강화하고 있으며, 2026년부터 관련 투자자산 평가와 신용평가 검토 체계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모신용 전체가 위험하다거나 보험사 전체가 부실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위험이 어디에 집중돼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투명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금융시장 규제와 정부 정책 변화는 2026 정책 주요 이슈를 정리한 정책 허브에서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빅숏’을 준비해야 할까
마이클 버리가 데이터센터와 사모신용시장에 경고음을 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7월 27일 그는 실제로 보험사 관련 숏이나 CDS,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한 숏 포지션을 살펴보고 있다는 취지까지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곧 “2008년과 똑같은 금융위기가 온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마이클 버리 역시 과거 모든 시장 전망을 정확하게 맞힌 것은 아니며, 한 투자자의 포지션만으로 시장 전체 방향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현재 데이터센터 수요는 여전히 강하고 S&P가 평가하는 데이터센터 ABS의 신용도 역시 안정적인 편입니다. IMF도 사모신용시장의 위험이 현재 금융시스템 전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평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빅숏에 베팅할 때인가’를 고민하는 것보다 AI 투자 붐 뒤에서 부채가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AI의 성장은 진짜일 수 있다, 부채의 위험도 진짜다
AI가 앞으로 산업과 경제를 크게 바꿀 가능성과 AI 인프라 투자 과정에서 금융 위험이 쌓일 가능성은 서로 모순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꿨다고 해서 닷컴버블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듯, AI 기술이 성공한다고 해서 모든 데이터센터 투자와 모든 금융상품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마이클 버리의 경고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AI가 거품인가 아닌가가 아닙니다.
오히려 봐야 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보다 실제 AI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지, 막대한 부채를 누가 최종적으로 보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고금리 환경에서도 그 부채가 정상적으로 차환될 수 있는지입니다.
현재까지 데이터센터 ABS에서 2008년과 같은 연쇄 부도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투자와 채권 발행, 사모신용시장이 동시에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사실도 분명합니다.
AI라는 새로운 기술의 성장성만 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성장을 누가 어떤 돈으로 financing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시점입니다.
어쩌면 다음 금융시장의 위험은 주가 차트가 아니라 대차대조표와 채권시장 안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 이 글은 2026년 7월 28일 현재 공개된 자료를 기준으로 작성했으며, 특정 주식·채권·파생상품의 매수 또는 공매도를 권유하기 위한 내용이 아닙니다.